대선정국 '립스틱' 논쟁, 오바마 '돼지는 립스틱 발라도 돼지'
“돼지에게 립스틱을 발라도 돼지는 여전히 돼지일 뿐이다.” 한국 속담으로 옮기자면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되냐’에 해당할 일반적인 격언이 갑자기 대선정국의 논쟁거리로 비화했다. 민주당 대선후보 버락 오바마는 9일 버지니아 유세현장에서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가 뒤늦게 변화를 기치로 내세우고 있지만 조지 부시 8년 정권과 별 차이가 없음을 공격하면서 “돼지에게 립스틱을 바를 수 있지만 돼지는 여전히 돼지일 뿐”이라는 비유를 들었다. 오바마는 그 자리에서 “존 매케인이 자신도 변화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경제정책, 헬스케어, 세금, 교육, 외교, 칼 로브 스타일의 정치 등 그 모든 걸 다 빼놓고 워싱턴을 개혁하겠다고 하는데 그런 건 변화가 아니다. 오래된 생선을 변화라고 불리는 종이에 쌀 수는 있지만 8년이 지나도 역시 냄새가 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그 발언이 나오자마자 매케인 진영이 즉각 오바마가 페일린을 돼지라고 불렀다며 명백한 여성비하 발언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 또한 ‘립스틱 바른 돼지’ 발언을 담은 웹광고를 재빨리 만들어 “국가를 이끌 준비는? NO. 남을 비방할 준비는? YES”라며 오바마를 공격했다. 사실 ‘립스틱 바른 돼지’를 먼저 사용한 후보는 바로 매케인 자신이다. 매케인은 지난해 10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헬스케어 플랜을 발표했을 때 그 플랜은 힐러리가 영부인으로 있던 1993년 제안한 계획의 리메이크라며 “돼지에게 립스틱을 발라도 역시 돼지”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은 매케인에게 성차별주의자라는 공세를 퍼붓지 않았다. 매케인은 또 공화당 대선 경선에 나섰던 미트 롬니 매사추세츠 전 주지사가 자신의 이민 개혁안을 공격하자 반격하면서 “어떠한 경우도 돼지와는 레슬링 경기를 하지 말아라. 둘 다같이 더러워지고 돼지는 그걸 좋아한다”며 롬니를 돼지에 비유하는 인신공격성 발언도 마다하지 않았다. ‘립스틱 바른 돼지’는 딕 체니 부통령, 마리아 캔트웰 연방상원의원(워싱턴주), 제임스 인호페 연방상원의원(오클라호마) 등 많은 정치인들이 격언처럼 종종 사용해온 문구다. 매케인의 전 고문 토리 클라크는 ‘립스틱 바른 돼지’를 제목으로 한 책을 내기도 했다. 오바마 진영은 공화당의 ‘립스틱 바른 돼지’ 쟁점화에 대해 “페일린에 대해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닌데 문맥에서 그 문장만 발췌해 오바마를 성차별주의자로 몰아가려는 비열한 전략”이라며 “국민들로 하여금 그동안 정치에 대해 염증을 느끼게 했던 바로 그 술책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매케인 진영은 성차별주의자 카드를 들이대며 여전히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지만 공화당 대선경선에 나섰던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외려 10일 폭뉴스에서 “오바마가 페일린을 돼지로 불렀을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면서 “그건 오래된 표현이고 그 점에 관해서는 오바마를 물고 늘어질 일이 아니다”라고 점잖게 훈수했다. 신복례 기자 [email protected]